AI와 논문을 쓰고 게재불가 심사까지 받아봤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던 6월에도 개인적인 궁금점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AI와 함께 논문을 쓰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대학의 미래와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해 생각한 내용을 연구 형식으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궁금점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경영정보학연구에 논문을 투고했습니다. 이후 받은 심사 결과는 게재불가였습니다. 심사평은 주제의 시의성을 인정하면서도 문헌을 선정하고 분석한 과정, 경험적 근거와 이론적 기여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처음에는 AI가 논문 작성을 얼마나 도울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실제 심사까지 지나고 나니 질문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AI가 원고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는 것과 그 원고가 연구로 인정받는다는 것 사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번 경험은 그 차이를 확인한 과정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점이 투고로 이어졌습니다
논문의 출발점은 먼저 발행한 대학의 미래에 관한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AI가 지식 전달 방식을 바꾸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무엇으로 신뢰를 만들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데이터 거버넌스와 학사행정, 다언어 학생지원이 연결돼야 대학의 새로운 역할도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블로그에서는 대학형 벤처 스튜디오와 글로벌 인재까지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은 달랐습니다. 흥미로운 생각을 늘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존 연구가 무엇을 설명했으며 제 질문이 어디에 놓이는지 보여줘야 했습니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아닌 직장인도 독립연구자로 투고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AI와 함께 학회와 학술지의 주제, 최근 게재 논문과 투고 요건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교육정책 전반을 다루기보다 대학 정보시스템을 중심에 두는 편이 경영정보학 연구로서 더 분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질문도 바뀌었습니다. AI 시대에 대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넓은 질문을 대학이 AI 기반 학사행정과 다언어 학생지원을 운영하려면 정보시스템에 어떤 거버넌스 조건이 필요한가로 좁혔습니다. 최종 논문 제목은 AI 시대 대학 정보시스템 거버넌스 전환 프레임워크: 데이터 거버넌스, AI 기반 학사행정, 다언어 학생지원을 중심으로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학술 연구를 계속할 생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게재 실적보다 AI와 함께 제 생각을 연구 질문과 논문 형식으로 어디까지 밀어볼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투고는 그 궁금점을 혼자 만든 원고가 아니라 실제 외부 평가 앞에 놓아보는 방법이었습니다.
AI와 함께 생각을 연구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AI가 가장 먼저 도움을 준 부분은 흩어진 생각을 작업 가능한 단위로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정보시스템 거버넌스, 데이터 거버넌스, 고등교육 디지털 전환, 생성형 AI 교육 활용과 국제학생 정보서비스처럼 문헌을 찾아야 할 묶음을 나눴습니다. 묶음마다 한국어와 영어 검색어 후보를 만들고, 찾은 자료가 논문의 어느 질문을 뒷받침하는지도 연결했습니다.
다만 AI가 제시한 논문 제목과 링크는 참고문헌이 아니었습니다. 출판사 페이지, DOI 주소,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공식기관 페이지에서 제목, 저자, 연도와 발행 주체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자료인지 확인되지 않으면 원고에 넣지 않았고, 유료 표준은 공개된 소개 페이지에서 확인되는 범위만 사용했습니다.
공개자료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Study in Korea에서는 여러 언어로 제공되는 대학, 장학금, 비자와 생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포털이 다언어 AI 서비스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고에서는 국제학생이 여러 행정정보를 오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맥락 자료로만 낮춰 썼습니다. KORUS와 대학알리미도 대학 내부 시스템의 품질을 검증한 사례가 아니라 공개된 정보서비스의 맥락으로 제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국제·국내 논문과 공식자료 29건을 사용했습니다. AI는 문헌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의사결정 권한, 데이터 책임, 품질, 접근 통제, 변경 이력과 서비스 경험을 묶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그 묶음을 대학의 AI 행정 맥락에 맞춰 데이터 표준, 의사결정 권한, 책임 구조, 품질 관리, 이력 관리, 보안과 개인정보, 서비스 경험, 성과지표라는 8개 전환 조건으로 정리했습니다.
여기서도 AI는 정답을 내기보다 비교할 재료를 늘리는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문헌이 여러 조건에 걸릴 때 어느 항목을 중심으로 볼지, 기존 IT 거버넌스와 무엇이 다른지, 조건 사이에 어떤 순서가 필요한지는 제가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 선택이 충분히 새로운 이론인지에 대해서는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원고를 고쳐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초기 원고에는 제가 생각한 조건은 많았지만, 그 조건이 어떻게 나왔는지 따라갈 경로가 부족했습니다. 이를 점검하려고 AI에 연구방법론자, 대학 정보시스템 책임자, 학사행정 담당자와 국제학생 지원 담당자의 관점을 부여해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실제 전문가를 만난 것이 아니라, 원고의 빈틈을 찾기 위한 AI 역할 기반 모의검토였습니다.
연구방법론자 관점에서는 검색식과 포함·제외 기준, 자료 수와 코딩 과정을 보여달라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후보 자료가 최종 29건으로 좁혀지는 흐름표와 주요 문헌별 코딩 매트릭스를 추가했습니다. 최신 경영정보학연구 논문과 비교하면서 공개자료가 실제 사례처럼 보이지 않도록 별도의 대조표도 만들었습니다.
학사행정과 국제학생 지원 관점에서는 AI가 어디까지 답하고 언제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가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 지적을 반영해 문의를 위험도에 따라 나눴습니다. 학사일정이나 제출 서류처럼 공개된 반복 정보는 출처와 기준일을 표시해 안내할 수 있지만, 졸업요건 해석이나 장학 자격 가능성은 담당자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비자와 체류, 징계와 개인정보처럼 학생의 권리나 불이익에 영향을 주는 질문은 AI가 최종 판단하지 않고 담당 부서로 연결하도록 정리했습니다.
AI 모의검토는 원고를 실제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표 하나뿐이던 초안에는 개념모형, 데이터와 책임의 흐름, 다언어 AI 문의의 담당자 전환 흐름이 들어갔습니다. 신뢰기관과 대학형 벤처 스튜디오는 중심 이론이 아니라 마지막 응용 가능성으로 낮췄고, AX라는 표현도 가능한 한 AI 기반 학사행정 전환으로 풀었습니다.
원고 밖의 작업에도 AI의 도움이 이어졌습니다. 학술지 투고요령에 맞춰 분량과 국문·영문 초록을 확인하고, 표와 그림이 Word 문서에서 잘리지 않도록 제출본을 정리했습니다. 익명 심사용 원고에서 저자명과 문서 속성에 식별 정보가 남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저자정보 파일과 연구윤리 서약서도 따로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판단과 투고 화면의 확인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여러 번의 수정으로 원고는 처음보다 구체적이 됐습니다. 하지만 연구 자체가 같은 만큼 강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전문가 델파이, 대학 현장 사례분석, 실무자 인터뷰와 설문은 여전히 없었습니다. 공개자료는 맥락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대학 정보시스템의 실제 운영 구조와 AI 서비스 성과를 증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AI는 연구방법론자의 질문을 흉내 낼 수 있었지만 실제 연구 참여자를 만들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제안할 수는 있어도 대학 실무자의 답을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원고의 한계를 찾아 문장으로 밝히는 일과 그 한계를 새로운 자료로 채우는 일은 달랐습니다.
실제 심사는 그 빈자리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심사평은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의 대학 정보시스템 거버넌스라는 주제는 시의성이 있고, 대학 정보시스템을 행정 전산화 도구가 아니라 AI 기반 행정서비스와 학생지원의 기반으로 보려는 시도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식 원본, 기준일, 오류 정정, 책임 소재와 사람의 검토를 AI 서비스의 전제 조건으로 본 부분도 실무적인 의미를 인정받았습니다.
게재불가 판단은 주제 다음에 남아 있던 빈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연구 범위가 여전히 넓었고, 29건의 자료가 어떤 검색과 제외 과정을 거쳐 선택됐는지 다른 연구자가 재현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코드가 8개 조건으로 묶이는 과정도 충분히 분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경험적 근거와 이론적 기여였습니다. KORUS, 대학알리미와 Study in Korea를 조심스럽게 사용했지만 공개 정보서비스의 맥락을 살핀 수준이었습니다. 8개 조건도 기존 IT 거버넌스와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이미 다뤄온 요소에 가까웠습니다. 생성형 AI가 기존 이론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나 경계조건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투고 전 AI 모의검토에서도 비슷한 위험을 이미 봤다는 것입니다. 검색과 코딩 절차가 약하고 실증자료가 없으며, 기존 거버넌스 이론과의 차이가 작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흐름표와 코딩표를 추가하고 주장 강도를 낮췄지만, 새로운 현장 자료를 수집하거나 이론 설계를 처음부터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약점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약점을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AI Frontier EP105가 던진 AI가 연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번 경험과 겹쳤습니다. 에피소드는 AI로 논문을 생성하는 비용보다 좋은 연구인지 검증하고 평가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재현 가능한 연구인지 확인하고, 무엇이 물을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판단하는 일도 생성과는 다른 문제로 다룹니다.
제 경험에서 AI는 원고를 만드는 여러 작업을 연결하는 데 분명히 유용했습니다. 넓은 생각을 질문으로 좁히고, 문헌 후보를 나누고, 반론을 만들고, 표와 그림을 고치며, 제출 파일을 점검하는 과정이 한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흐름 안에서 만들어진 것은 더 잘 정리된 원고였습니다. 연구의 독창성과 경험적 근거까지 자동으로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구는 멈추고 경험은 남깁니다
심사평을 따라 논문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이제 전보다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연구 범위를 학사행정 AI 거버넌스처럼 하나의 분석 단위로 더 좁히고, 문헌 검색과 제외 과정을 재현할 수 있게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대학 사례나 실무자 인터뷰를 통해 실제 책임 배분과 데이터 품질 문제를 확인하고, 생성형 AI 때문에 기존 거버넌스 관계가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좋은 피드백을 받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지는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방향을 지금 실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연구와 재투고는 우선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처음 알고 싶었던 것은 AI를 활용해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일이 어느 정도 유용하며 어떤 경험인지였습니다. 이번에 저는 오래 생각해온 주제를 연구 질문으로 바꾸고, 자료와 원고를 정리하고, 실제 투고와 심사까지 한 사이클을 지나왔습니다. 논문을 쓰는 동안 AI의 도움은 분명했습니다. 실제 심사평은 그 도움의 경계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논문은 게재되지 않았지만 생각을 한 편의 원고로 정리해본 경험은 좋았습니다. 제가 확인하고 싶었던 질문에는 여기까지의 경험으로 충분한 답을 얻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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