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와 AI 역량평가에서 같은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작년 면접에서 떨어진 뒤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좋은 지원자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드는 대신, 제가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판단에 어떻게 남았는지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AI 역량평가는 서로 다른 전형처럼 보였습니다. 준비하면서는 두 단계가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글에 적은 사람과 여러 선택지 앞에서 드러나는 사람이 실제 저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경험을 나열하자 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학 정보시스템 운영, 일본 ERP 전환, 기술 블로그와 AI 공부는 각각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넣으면 이력이 풍성해 보였지만, 교직원 ICT 직무에서 왜 필요한 사람인지는 오히려 흐려졌습니다.
AI는 경험을 문항별로 나누고 여러 문장을 만드는 데 능숙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용했던 일은 문장 생성이 아니었습니다. 이 경험에서 제가 한 일은 어디까지인지, 결과를 무엇으로 확인했는지, 면접에서 다시 물어도 같은 설명을 할 수 있는지를 계속 묻게 한 일이었습니다.
그 질문을 거치며 중심이 정리됐습니다. 대학 정보시스템 운영을 앞에 두고, 일본 ERP 전환은 기존 업무를 새 시스템으로 옮기며 문서와 테스트 기준을 대조한 경험으로 연결했습니다. 블로그와 AI 공부는 새로운 기술을 안다는 자랑보다 학습한 내용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습관의 근거로 남겼습니다.
좋은 문장을 고르는 일보다 무엇을 앞에 두고 무엇을 덜어낼지를 정하는 일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AI에게 완성된 문장보다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AI가 만든 자기소개서는 대체로 매끄러웠습니다. 문제는 그 매끄러움이 실제 경험보다 사람을 더 완성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문장을 칭찬하게 하기보다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성과처럼 보이는 숫자에 범위가 있는지, 함께한 일을 혼자 해낸 것처럼 썼는지, 기술 용어가 실제 역할보다 커 보이지 않는지 확인했습니다. 조직 이름만 바꿔도 통하는 지원동기와 현재 조직을 낮춰야만 성립하는 문장도 걷어냈습니다.
문장이 좋아져도 제가 면접에서 책임질 수 없으면 남기지 않았습니다. 내부 자료와 개인정보, 소스와 SQL을 AI에 넣지 않는 경계도 유지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광고문이기 전에, 이후 질문에 제가 직접 답해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AI 역량평가에서는 정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자기소개서 다음에는 AI 역량평가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검사 유형과 선택지를 미리 알면 더 안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개된 안내를 확인하고 AI로 제 경험과 직무에 맞는 응답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준비가 자세해질수록 경계도 보였습니다. AI가 생각하는 좋은 지원자의 모습을 따라가면, 실제 저를 설명하는 평가가 아니라 평가자가 좋아할 사람을 연기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문항별 정답보다 성향의 의미를 구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신중함은 불안과 달랐고, 협업은 상대의 말에 무조건 맞추는 태도와 달랐습니다. 책임감도 모든 일을 혼자 떠안는 것이 아니라 맡은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에 가까웠습니다.
장점처럼 보이는 성향이 상황에 따라 단점이 된 경험도 함께 돌아봤습니다. 문제를 끝까지 확인하는 태도는 강점이었지만, 확인에 집중하다 다른 사람의 일정과 소통을 놓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양면을 빼고 좋은 특성만 고르면 일관된 사람이 아니라 잘 설계된 가상의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세 단계에서 같은 사람이 되는 일을 준비했습니다
응시 직후의 문항과 느낌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준비하면서 정한 기준에 따라 답했고 다음 전형으로 넘어갔지만, 별도의 점수나 평가 근거를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최종 합격했다고 해서 제가 만든 준비 기준이 정답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 얻은 기준은 분명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신중하다고 썼다면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설명돼야 했습니다. 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면서 갈등 경험에서는 상대를 탓해서도 안 됐습니다. AI는 문장과 응답 사이의 모순을 빨리 찾았고, 최종 선택은 제 경험에 비춰 제가 해야 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에서도 AI를 사용해 취업을 준비한 청년의 주요 활용처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가 확인됐습니다. AI를 쓰는 일 자체는 더 이상 특별한 차별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준비에서 중요했던 것은 AI를 썼다는 사실보다, AI가 만든 더 그럴듯한 사람과 실제 저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역량평가, 이어진 면접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기보다 같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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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는 순서대로, 편집 추천은 맥락대로, 비슷한 주제는 태그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시리즈 전체
AI와 함께 채용을 지나온 기록2/4편- 1.AI와 준비한 채용에서 결국 평가받은 것은 나였습니다
- 2.자기소개서와 AI 역량평가에서 같은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 3.세 번의 면접에서 준비한 답보다 달라진 태도가 남았습니다
- 4.AI 시대의 채용은 무엇을 더 확인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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