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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면접 준비의 처음부터 끝까지 AI를 썼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제 경우에 결국 중요했던 것은 준비한 문장 바깥에 있었습니다. 면접관이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알아듣고 그에 맞게 답하는 것, 그리고 외워 간 답에 갇히지 않고 내 말로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토스의 팟캐스트 Ground Truth 두 편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7년 동안 세일즈를 해온 최선화 토스 광고 사업 헤드가 말하는 법을 이야기한 편과, 고현선 토스 비주얼 디자이너가 AI와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한 편입니다.

두 편과 제 경험을 엮어 얻은 지금의 답은 세 가지입니다. 만들기 전에 듣고 무엇이 문제인지 찾는 일, 결과를 직접 겪어 보며 고를 기준을 기르는 일, 멈출 자리를 정하고 그 결정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AI와 함께 일하면서 내 몫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 비춰 볼 기준으로 적어 둡니다.

매끄러운 결과물이 흔해졌습니다

이제 누구나 맞춤법과 구조가 반듯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결과물이 높은 수준에서 서로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작가가 쓴 것 같은데 면접에서 만난 사람은 전혀 다른 경우를 요즘 자주 본다는 면접관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며 느낀 것도 같습니다. 면접에서 할 말은 AI와 함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게 되면 전화하고 회의하고 마주 앉아 일상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결국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회사가 원하는 모습과 맞는지, 말에 나만의 색이 묻어나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느꼈습니다. 예전에 정답보다 사람향에서 사람향이라고 부른 것과 닿아 있습니다. 결과물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상황을 읽는 센스,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 상대를 편하게 하는 말투의 비중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매끄러운 문장만으로 지원자를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도입에 적은 세 가지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만들기 전에 듣고 문제를 찾는 일

준비한 답이 아무리 매끄러워도 면접관이 확인하려는 것과 어긋나면 소용이 없습니다.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과녁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화살을 쏘는 일과 같다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면접에서는 질문의 의도가 그 과녁이라고 느꼈습니다.

여러 업체와 일하면서도 같은 과녁을 봅니다. AI로 만든 결과물을, 받는 사람이 읽기 쉽게 다듬어 전하는 일이 이제 의사소통의 한 부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모든 정보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하려는 일에 필요한 만큼만, 쉽게 풀어서 친절한 말투로 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상대가 무엇을 하려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과녁은 상대가 말해 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현선 디자이너는 남들이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것을 문제로 정의하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AI에게 넘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예쁘고 알아보기 쉬운 로고를 두고도, 이 브랜드가 전해야 할 인상을 담지 못한다는 문제를 찾아내는 식입니다.

잘 듣는 것과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것은 저에게 하나로 통하는 일입니다. 만드는 비용이 낮아지면 결과의 차이는 만들기 전 단계에서 생깁니다.

직접 겪어 보며 고를 기준을 기르는 일

AI는 결과를 여러 개 내놓지만 그중 무엇이 좋은지는 사람이 골라야 합니다. 시안 여러 개가 다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답이 없거나 아직 덜 다듬어진 것이라는 디자이너의 말이 있었습니다. 좋은 것은 애매하지 않아서 바로 고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르는 눈은 직접 만들어 보고 실패한 뒤 왜 실패했는지 따져보는 과정에서 길러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AI는 실패한 결과 대신 그럴듯한 결과를 바로 보여줍니다. 실패할 기회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면접 준비에서도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AI와 준비한 답을 외우기만 하고 직접 말해 보며 소화하지 않으면 그 답이 왜 내 답인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최선화 헤드는 면접에서 질문의 절반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지원자의 답에 이어서 묻는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무엇을 물어도 준비해 온 답으로 돌아가는 사람과 자기 논리로 답하는 사람이 갈립니다.

글도 실패해 보고 소화하고 고민해야 좋아집니다. 최근에 쓴 회의록과 공문도 더 좋은 구성과 표현을 찾아 계속 다듬어야 합니다. 어느 안이 더 나은지 가려내는 기준은 그렇게 고쳐 보고 왜 이쪽이 나은지 따져 본 경험에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멈출 자리를 정하고 책임지는 일

새 직무에 적응하는 동안 AI 덕분에 빨리 넘기는 일이 늘었고,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일도 생겼습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붉은 여왕은 제자리에 있으려면 힘껏 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AI가 들어온 지금은 모두가 달리다 못해 날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멈춰서 소화할 시간이 더 귀해진다고 느낍니다.

AI는 의견을 끝없이 반영하고 끝없이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이고 이것이 답이라고 정하는 일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사람 디자이너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 디자이너가 내놓은 답도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멈출 자리를 정하는 일은 지금 바로 쳐낼 일과 멈춰서 소화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AI로 빨리 넘긴 일도 결국 제 이름으로 나갑니다. 어디까지를 그대로 내보내고 어디서 멈춰 직접 들여다볼지는 제가 정해야 합니다.

지금 가져가려는 것

멈춰서 소화할 일의 첫 번째는 최근 맡은 업무의 도메인 지식입니다. 이 지식을 쌓아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AI로 작은 조각들을 맞추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큰 그림이 있어야 상대의 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듣고, AI가 내놓은 조각이 맞는지 가리고, 여기까지라고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가 언제까지 사람의 일로 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세 가지는 AI가 못 하는 일의 목록이 아닙니다. 지금 제가 놓치지 않으려는 일의 목록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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